행복했던 독일 유학 성공과 실패의 기록 12. 한국에서 Telc C1 시험 그리고 마음가짐(중요한건 꺽이지 않는 마음, Deft & 문대찬기자)
오랬동안 독일 이야기를 기다려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늘도 독일 이야기들을 주저리 주저리 풀어 보겠습니다. 제가 이전에 쓴 독일 글들을 보니 많은 분들께서 제 [무작정 떠났던 독일유학, 성공과 실패의 기록] 시리즈를 처음부터 정독하고 계시더군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제 글을 이리 좋게 생각해 주시니 많이 부끄럽고 또 무섭기도 하네요. 제가 혹여나 제 글을 읽으시고 막연한 환상에 사로잡히셔서 독일에 대해 너무 좋은 이미지만을 가지고 유학을 결정하신다거나, 제가 소개해드리고 있는 뮌스터가 아닌 다른 도시들도 상황이 비슷할것이라 일반화 하고 접근하시면 많이 힘드실 수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정말 여러번 강조해 드리는 이유는 어찌되었든 독일 유학이라 하는 것은 시간과 돈, 노력 등이 많이 필요한데 특히나 그 시간과 돈, 노력이 우리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젊은 시절에 투자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 나이 이제 만으로 35인데 사실 지금도 많이 늦었지요. 많이 늦은 수준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독일로 가려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입니다.
Telc C1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이런 이야기를 먼저 드리는 이유는, 또 이런 글을 쓰면서 저 스스로에게도 되묻는 이유는 독일 유학이라는게 '그냥 한 번 가볼까' 해서 될 수 있는 일이 전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간과 돈이 많고, 1-2년 정도 독일에서 즐겁게 보내다 와도 앞으로의 인생에 전혀 문제가 없으신 분들은 사실 대부분의 분야에서 큰 걱정이 없으실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늘 무언가를 선택하면 그것에 대한 책임이 뒤따르고, 그 일을 준비함에 있어 반드시 기회비용이 발생합니다. 내가 만약 그때 독일유학이라는 꿈에 빠져 유학준비하는데 시간과 돈을 사용하지 않고, 차라리 취업준비를 일찍 했더라면, 차라리 한국에서 석박사를 땄더라면, 차라리... 라고 끊임없이 후회 할 수 도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Telc C1까지 오셨다면 이 시험을 준비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것은 동기부여, 요즘 유행하는 '꺽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롤드컵과 DRX, 중꺽마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텔크 시험에 대한 내용만 보고 싶으신 분은 여기서 부터 다시 텔크 부터 읽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아래 내용도 재미있습니다 ^*^
저는 롤을 참 좋아하는데요. 특별히 응원하는 팀은 없고, 두루두루 응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은 제가 롤을 시청한 이래로 가장 감동적인 경기들이 있었던 해 인데요. 아마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마음이셨을겁니다. 바로 DRX의 롤드컵 우승이죠. 롤드컵 선발전이 있기 바로 직전, 당시 리그 꼴지인 한화생명을 상대로 2만골드차이 패배를 했던 DRX. 모두가 선발전 첫 라운드에서 KT에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DRX는 5꽉끝에 KT를 잡아내고 끝내 낭만박스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리브샌박까지 잡아내며 롤드컵에 LCK 4시드로 진출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러한 DRX의 롤드컵 우승을 기대하지 않았었죠. 사실상 롤드컵이 끝나면 선수생명도 끝날것처럼 사람들은 '데프트의 라스트댄스'라며 혁규의 마지막 춤이 어디까지 이어지나 하는 마음으로 응원했었습니다. 솔직히 8강까지 올라가도 기적이다 하고 생각했었죠. 모든 경기에서 역배였던 DRX는 결국 결승전에서 페이커의 T1을 잡아내고 역사적인 롤드컵 우승을 차지합니다. 국내 리그에서는 꼴등 팀에도 큰 차이로 패배하던 팀이 몇달만에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한 것이죠. 정말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
담원기아 / 데프트 (쿠키뉴스 문대찬기자)
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마음 이라는 말은 '중꺽마'라는 줄임말이 되어 2022년을 강타하는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축구국가대표팀도, 정치인들도, 뉴스에서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말이 되었는데요. 원조를 좋아하는 저는 이 말의 시작이 롤드컵에서 나왔다는 것을 사람들이 좀 알아 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아직도 사람들이 E스포츠를 욕하고 비하하지만 저는 E스포츠만큼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손흥민이 골든 슈를 들어 올렸을 때 드는 마음과 데프트가 롤드컵 트로피에 입을 맞출 때 느껴지는 감정이 다르지 않았거든요. 저는 오히려 DRX가 2022롤드컵을 우승한일이 제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스포츠 스토리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저도 힘을 많이 얻었고요.
'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은 2022 롤드컵 그룹스테이지에서 로그에게 패배한 후 데프트 김혁규 선수가 쿠키뉴스 문대찬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을 문대찬 기자가 각색해서 만든 말 입니다. 쿠키뉴스는 2023년 1월 15일인 오늘 까지도 이를 홍보하고 있네요. 위의 사진을 클릭하시면 쿠키뉴스의 '중꺽마'페이지로 넘어가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중꺽마라는 말이 언더독의 반란, 성공 혹은 승리를 의미하지만, '중꺽마'라는 말의 탄생 자체도 어찌보면 E스포츠라는 언더독이 우리나라를 뒤흔든 '언더독의 승리'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여기서 부터 다시 텔크
저는 여러분이 어떤 환경에 처해있고, 어느정도의 경제적 여력이 있으며,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시간적 여유나 마음의 여유가 얼마나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지금 독일 유학을 준비하시면서 제 글을 읽고 계시다는것은 아마도 현 시점의 대한민국에서 '언더독'이실 확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독일에 가서 느낀 점은 어찌되었든 독일유학도 돈많고 어느정도 부모님들이 경제적으로 뒷받침을 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다 라는 것이었지만, 미국이나 일본으로 유학을 가는 것 보다야 경제적으로 훨씬 가능성이 높기에 독일유학길에 오르는 것은 어찌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희망' 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요. 제가 할 수 있는 '언더독의 반란'은 독일에서 박사를 따는 것 입니다.
목표가 명확해야 합니다. B2까지의 여정은 솔직히 어찌저찌 가능합니다. 저도 이역만리 타지에서 만난 기약없는 코로나상황 속에서 어찌저찌 B2를 땄습니다. 한국에서도 솔직히 B2정도까지는 막 엄청나게 어렵다, 이건 정말 힘들다 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B2를 딴 모든 상황이나 노력의 정도를 알고있는 상황에서 다시 ABC부터 시작해 B2를 다시 따라고 한다면 음... 정말 열심히 하면 6개월 안에도 가능 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표현이 더 적합한 듯 합니다. '불가능한것은 아니다' 그래도 8개월 정도면 무난하게 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C1는 좀 다릅니다. 독일에서 C1반을 4달 정도 다녀보며 경험한 바를 말씀드리면, B2와 C1사이에는 좀 심하게 높은 벽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B2에서 같이 올라온 친구들, 그 중에서도 잘 한다고 생각했던 많은 친구들도 다들 버벅거리고 어리버리타고 힘들어 했습니다. 저도 와 이제 독일어가 진짜로 시작하는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좀 힘들었어요. 영어를 많이 잘 하시는 분이라면 좀 도움이 되실 수 도 있습니다. 영미권에서 온 친구들은 그래도 잘 따라 가더라고요. 아니면 아예 스위스에서 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어렸을때 학교에서 독일어를 배웠기 때문에 사실 논외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친구가 가장 잘 했습니다. 전세계에서 노력파라면 절대 뒤지지 않을 한국인과(저와 아내) 중국인(중국인 친구들 정말 열심히 합니다. 저는 유학 중 중국인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습니다)친구들이 따로 스터디그룹을 만들어서 독일어 선생님을 붙잡고 따라가려 정말 많이 노력했는데 진도 따라가기 벅찼습니다. 진도가 그리 빠른것도 아닌데요. 대학부설 어학원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독일 안에서도 B2와 C1 사이에 B3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고 하니 B2와 C1의 차이가 어느정도인지 실감이 나실 겁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거에요. '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마음'이라고요.
B2까지가 문법싸움이었다고 한다면, C1부터는 어휘, 표현력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더 고급진(?) 어휘를 사용해 멋진 표현을 하냐의 차이죠. C1면 대학원 수업도 들을 수 있을 정도이니 어느정도로 독일어에 진심이어야 하는지 감이 오실 겁니다. 이제부터 시작이죠. 그래서 C1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들 합니다. 저는 아직 C1를 따지는 못했기 때문에 C1를 따려면 시간이 이정도 걸립니다 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독일 현지에서도 C1를 따기 위해 1년동안 정말 열심히 독일어 공부를 하신 분도 봤습니다. 독일에서 독일어 공부만 죽어라 1년동안 해서 결국에는 따셨죠. 그게 C1 입니다.
그럼 한국에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제 계획은 이렇습니다. 일단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이 이미 C1를 따신 분들의 인터뷰나 후기등을 최대한 챙겨볼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 시간을 하루 이상 투자하지는 않으려고요. 앞서간 선배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내가 한국에서 C1를 따려면 어떤 식으로 접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전략을 세워야겠죠. 저는 좀 다른 상황이기는 한게, 이미 독일에서 C1를 4개월 정도 공부했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하는것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독일어 손 놓고 있었던 시간이 1년이 되어가는 만큼 사실 지금 제 독일어 실력은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A2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1달 정도 빡세게 공부하면 다시 B2까지 올라오겠지만요.
저처럼 이미 B2가 있으신 분들은 시간계획을 잘 짜셔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C1 시험이 별로 없거든요. 한국에서 Telc C1 시험을 보는 유일한 곳은 (주)훔볼트독일문화평생교육원 뿐 입니다. 심지어 2023년에 C1 시험이 딱 3번 있습니다. 와 정말... 더 빡빡한것은 겨울학기 입학하시려면 마지노선이 7월시험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에게는 시간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일정 공유해 드립니다 .
2023년 Telc C1 시험일정
1. 3월 29일 수요일 (신청기간 / 2월 13-17일)
2. 7월 29일 토요일 (신청기간 / 6월 19-23일)
3. 11월 29일 수요일 (신청기간 / 10월 16-20일)
출처 : (주)훔볼트독일문화평생교육원
그런데 내가 공부를 많이 해서 이제 시험 볼 능력이 된다, 또는 시험삼아 한 번 보고 싶다 해서 이게 볼 수 있는 시험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C1 시험을 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다 보니 이 시험을 치기 위한 자격요건이 또 있습니다. 첫째, 이미 C1시험을 쳐서 한 과목이라도 합격한 사람은 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주)훔볼트독일문화평생교육원에서 진행하는 TOP-Test에 통과한 사람은 시험을 볼 자격이 생깁니다(진짜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셋째, (주)훔볼트독일문화평생교육원에서 C1반을 수강한 학생은 시험 응시 자격이 생깁니다. 결국 우리의 선택지는 셋째, (주)훔볼트독일문화평생교육원에서 C1반을 듣는 것이 되겠죠. 그런데 또 아무나 C1반 수업을 들을 수 있는게 아닙니다. C1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B2합격증이 있거나, Top-Test를 보셔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정확한 정보는 (주)훔볼트독일문화평생교육원에 문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뭔가 광고처럼 되어버렸는데 제가 알기로 현재 한국에서 Telc C1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이 방법이 유일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주)훔볼트독일문화평생교육원
주소 : 서울 강남구 논현로 138길 9
전화 : 02-511-2940
네이버 지도
훔볼트독일문화평생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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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하시려면 주차장은 있으나 협소하니 대중교통을 추천드립니다. 골목길 안에 위치해 있어 차를 가지고 들어가는것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주변에 맛집이 많은지 저희가 차를 가지고 방문했을 땐 사람들이 많아서 진입이 좀 힘들더라고요.
쓰다보니 이번 글도 참 길어졌네요. 저는 2월부터 본격적으로 독일어공부를 할 예정이고 시험 전에 훔볼트 어학원에 등록해 C1과정을 듣고 7월 시험을 치를 생각입니다. 한 번에 붙어야 바로 독일에 갈 수 있겠죠. 물론 대안은 있습니다만... 그 이야기까지 하면 너무 길어지니까 오늘은 이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혹 같이 공부하실 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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